통영 도산면 가오치 선착장에서 뱃길로 40여분 거리의 ‘사량도’(상도). 푸른 파도와 섬을 따라 이어진 해안선, 산세가 아름다운 사량도는 언제나 푸근한 엄마의 품처럼 살며시 우리를 감싸 안는다.

기찬주말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지난 25일 바닷속 체험에 나섰다.

사량도 선착장에서 상도 해안도로를 따라 돈지마을까지 10여분 거리의 꼬불꼬불한 해안길은 사량도만의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통영시 사량면 돈지리 돈지마을 ‘사량도 해양리조트’.

안으로 들어서자 체험 스쿠버에 참여한 초보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박상현(28) 책임강사의 ‘스킨스쿠버 기본 교육과 장비 사용법, 주의사항’ 등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막연히 바다를 겁낼 필요 없어요. 물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 버리고 자신감과 모험심으로 한번 부딪혀 보는 거예요”

박 강사는 체험 스쿠버 회원들에게 ‘마스크(수경)에 물이 들어왔을 때 빼내는 방법, 수압에 따른 귀의 압력 평형 맞추는 법, 물속 수신호 등에 관해 설명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30여분간 진행된 교육이 마무리되자 일행들은 곧바로 바닷속 체험에 나섰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슈트 착용’.

물속에서 체온을 보호하고 해파리 등 외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슈트를 입어야 한다. 슈트를 입지 않으면 물속에서 5분을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몸에 꼭 끼는 슈트는 입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아래위가 한벌인 슈트는 발부터 집어넣고 그다음 어깨, 마지막으로 팔을 집어넣으면 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팔을 넣을 수가 없다. 간신히 슈트를 착용하니 몸이 뻣뻣해 잘 움직여지질 않는다.

박 강사는 “몸에 꼭 맞는 슈트일수록 물이 들어가지 않아 체온을 보호할 수 있다”며 “물속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돈지마을 앞 부둣가에 정박된 다이빙 전용선(2.15t)에 나름대로 폼을 잡고 앉으니 기분이 묘하다. 공기통을 메고 바닷속을 내려간다고 하니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바닷속에서 숨은 제대로 쉴 수 있을까?’, ‘당황하면 어떡하지…’ 다이빙 포인트 지점인 대섬까지 불과 5분 거리의 짧은 순간이지만 온갖 상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다이빙 포인트는 초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섬’과 전문가들이 이용하는 ‘농게섬’ 이 있으며, 사량도 남단으로 남해안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인 두미도, 갈도, 나무섬, 세존도, 좌사리도, 국도 등이 있다.

대섬에 상륙한 체험 스쿠버 회원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공기통과 웨이트, 휜(오리발) 등을 배에서 내린 후 박 강사로부터 장비 사용법과 호흡법, 수신호 등에 관해 다시 한번 10여분간 재교육을 받았다.

먼저 스노클(숨 대롱)을 이용해 바닷속 탐험에 나선 회원들. 바닷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물속에서의 호흡법을 익히기 위해 스노클을 이용한 바닷속 탐험에 들어갔다.

이날 수온은 다이빙하기에 적합한 20~21℃를 가리키고 있었으나 전날 내린 비로 바닷속은 앞이 1m 정도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렸다.

10분여간 스킨이 마무리되자 본격적인 바닷속 탐험에 나섰다.

웨이트벨트와 공기통을 등에 짊어지니 그 무게만 무려 18kg에 이른다. 입수에 앞서 최종 점검에 들어간 박 강사는 우선 레귤레이터(호흡기)를 이용한 올바른 호흡법에 대해 한 번 더 강조한다. 이어 호흡기와 수심계, 잔압계, 나침반 등을 보는 법을 익힌 후 서서히 바닷속으로 하강을 시작한다.

인플레이트 뭉치에서 공기를 빼내자 살며시 몸이 가라앉으면서 눈앞에 자리돔, 용치놀래기, 도다리, 볼락, 성게 등 바닷속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뽀글뽀글 기포들이 오를 때마다 생명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박 강사는 ‘O’자의 수신호를 보내며 몸 상태를 계속 확인한다. 좀 더 깊은 곳으로 서서히 하강을 시작하자 수압으로 인해 귀가 아파온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자 박 강사는 얼른 코를 잡고 천천히 파핑(귀의 압력 평형)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점차 안정을 되찾자 박 강사는 바닷물 속에 쳐 놓은 가이드라인을 따라 수심 7~8m에 뿌려진 인공어초로 안내한다.

인공어초 주변에는 볼락이 군집을 이루고 있고 성게, 멍게 등이 장관을 연출한다. 문어 한 마리가 유유히 바닷속을 유영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30여분의 짧은 바닷속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마치 2시간여 동안을 물속에서 헤맨 것 같은 긴 시간이었다.

‘숨쉬기 운동’이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줄로만 알았던 회원들에게 바닷속에서의 숨 쉬기는 또 다른 체험을 안겨 주었다.

배 위로 올라온 박 강사는 “절대 물속에서 당황하면 안된다”며 “물을 두려워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물속에서 허둥거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돌아오는 배 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무렵, 잔뜩 찌푸린 하늘이 마침내 굵은 빗방울을 쏟아낸다.

▲스쿠버 다이빙 때 주의사항

스쿠버 다이빙 동호인은 바다를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본인과 동료의 안전을 위해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 어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다이빙 장소의 지형지물 및 상태, 기상 상태를 반드시 파악한다.

△보트 입수 시 입수 지점의 안전상태를 확인한다.

△입수 시 장비의 결함이 발생하거나 건강상태가 급격히 저하되면 다이빙을 포기한다.

△반드시 ‘짝다이빙’을 실시한다.

△공기량을 수시로 체크하고 공기량이 70bar 정도 남았을 때 상승을 시작한다.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유의한다. 특히 양식장 내에서 소라, 전복 등 어패류를 잡아서는 안된다.

△잠수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며 수중 생물을 함부로 잡거나 죽여서는 안된다.

▲사량도 해양리조트 찾아가는 길= 마산~통영 방향(국도 14호선)~ 고성(가오치 선착장)~ 통영 사량도~ 돈지마을(사량도 해양리조트) ☏761-0123.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